직장 생활에서 가장 어렵고 민감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는 바로 상사에게 거절하는 순간이다.
“거절하면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비협조적으로 보이면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직장 내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두렵다…”
오늘은 상사의 요구를 부드럽고 전략적으로 거절하는 공식을 소개한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신입사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년 차의 경력자들도 여전히 ‘수직적 관계 속에서의 거절’이라는 화두 앞에 멈칫하게 된다. 하지만 경계를 지키지 못한 채 모든 요청에 “예, 알겠습니다”로 일관하면, 결국 업무의 피로감과 감정적 소진으로 연결되고 만다.
위계가 뚜렷한 조직문화 속에서도 자신의 업무 역량과 존중을 잃지 않으면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법, 바로 그것이다.
상사의 요청은 무조건 수용해야 할까?
많은 직장인들이 상사의 요청을 ‘명령’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대의 조직문화는 점차 수직적 위계보다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며, 합리적인 거절 역시 하나의 ‘업무 스킬’로 인정받고 있다.
상사의 요청이라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선택적으로 수용하거나, 상황을 설명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현저히 본인의 업무량과 충돌할 때
업무 범위를 넘어서거나, 명확한 권한 밖의 일을 지시할 때
불합리하거나 윤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경우
급박한 일정으로 퀄리티 저하가 명확히 예상될 때
따라서 무작정 “거절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거절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에게 거절할 때 필요한 3단계 공식
상사에게 거절의 의사를 전할 때는 단순한 ‘불수용’이 아닌, 논리와 대안, 태도의 조합이 핵심이다. 이를 3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1단계. 상황 설명 — “지금의 여건을 명확히 밝힌다”
단순히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를 만든다.
현재 맡고 있는 업무나 우선순위, 혹은 자신의 능력과 리소스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거절’이 아닌 ‘조율’의 느낌을 줄 수 있다.
예시:
“현재 ○○ 프로젝트 마감 일정이 이번 주 금요일로 다가와 있어서, 그쪽에 우선 집중해야 할 상황입니다.”
✅ 2단계. 대안 제시 — “대신 가능한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상사의 입장은 ‘거절 자체’보다도 업무의 해결 여부에 더 민감하다. 이때, 대안을 제시하면 책임감 있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
예시:
“이 업무는 A 팀원과 협업하면 훨씬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일 오후까지 시간을 주시면 충분히 퀄리티 있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 3단계. 협조 의지 강조 — “관계적 불편함을 최소화한다”
상사의 요청을 거절한 뒤에는 감정의 여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상사를 존중한다는 메시지와 협력의 여지는 여전히 열려 있다는 인상을 남기는 것이 좋다.
예시:
“업무 분배에 대해 늘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지금 맡은 일에 집중한 뒤 꼭 공유드리겠습니다.”
실전 상황별 말투 예시
상황 1: 본인의 업무가 너무 많을 때
“지금 진행 중인 ○○ 과제가 막바지 단계라서, 추가 업무를 병행하면 전체 일정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일까지 이 과제를 마무리한 뒤 처리해도 괜찮을까요?”
상황 2: 전문성과 맞지 않는 업무를 요청받았을 때
“그 업무는 제가 익숙하지 않은 영역이라 결과물이 미흡할 수 있습니다. ○○ 부서에 맡기시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만, 필요하시면 보조 역할로는 도울 수 있습니다.”
상황 3: 야근·주말 업무를 요청받았을 때
“이번 주말엔 이미 개인 일정이 잡혀 있어 어렵습니다. 다만 월요일 오전부터 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겠습니다.”
상황 4: 반복적인 업무 외 요구가 부담될 때
“최근 추가 업무들이 겹치면서 기존 업무 일정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순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 업무 목록을 정리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태도는 부드럽게, 메시지는 명확하게
상사와의 관계에서는 말투의 온도가 매우 중요하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이해’가 되기도 하고 ‘불쾌’로 느껴지기도 한다.
다음은 거절을 표현할 때 지양해야 할 태도이다:
❌ “저 그건 못 해요.” → (비협조적 인상)
❌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 (방어적 태도)
❌ “왜 저만 시키세요?” → (감정적 접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단호하되 공손한 말투’를 연습해보자.
✅ “업무의 효율과 정확도를 위해 제안드리는 말씀입니다.”
✅ “이 부분은 제가 책임 있게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 “조율이 가능하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거절의 궁극적인 목적은 ‘관계의 신뢰 유지’이다
거절은 단절이 아니다.
오히려 잘 설계된 거절은 오랜 관계 유지의 전제 조건이다.
모든 요청을 묵묵히 수용하다 보면 언젠가는 감정이 쌓이고, 결국 관계가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명확한 기준과 책임 있는 의사표현을 지속하는 직원은 상사에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상사는 결국 업무의 ‘성과’를 보기 때문에, ‘거절’ 자체보다 그 사람이 업무를 얼마나 주도적이고 전략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가를 더 중시한다.
마무리하며
상사의 요청 앞에서 “네, 하겠습니다”라고만 말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협조 의지를 표현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직 속에서도 나만의 경계를 지키며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거절은 용기가 아니라 기술이다.
그 기술은 연습을 통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오늘, 상사의 요청 앞에서 나를 지키는 말 한 마디를 연습해보자.
“죄송하지만, 지금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향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 한 마디가, 당신을 더 신뢰받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